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오늘에 충실하다보면 행복적립금은 조금씩 쌓인다는걸

by 깃붐 2021. 9. 3.
반응형

주머니가 비어있을 때,

오히려 더 배가 고팠다. 가진 것이 없다 여기니 내 삶의 빈 공간을 과소비로 채웠던 것 같다. 지나가듯 본 말로 '과시는 결핍의 표현'이라는 것이 내 삶으로 증명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배가 고프고 그 본능에 따라 먹을 것을 섭취하며 연명해 간다지만 주머니가 비어있을수록 더 배가 고파진건, 비단 내 배가 고픈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텅 비어 있어서 무엇을 먹어도 배부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참 이기적인 나였다. 그저 내 배 채우기 바빴고, 주변인들을 사랑한다 말하지만 속으로는 나밖에 모르는 삶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보다 자신에게 더 관대한 법이니. 

 

그런데 그렇게 살아보니 분명 즐거웠던 날들이야 있었지만 행복이란 것에는 덜 노출되었던 것 같다.

 

행복이 뭘까.

 

결국 나의 삶을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행복이 무엇인지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텐데.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때의 나는 그저 회피하기 바빴고 당장의 욕심만 채우기 바빴다.

 

지금 남은건- 결국 빚더미. 금전적 여유는 생겼지만 마음의 빚은 그 값보다 더 뛰어넘어버렸다. 물론, 신용대출이 조금 있지만 갚아내지 못하는 형편은 아니다. 그러니 조금씩 통장 사정은 좋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통장에 0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 보다 내 행복의 무게가 점점 더 커졌으면 하는데.. 아직 행복의 빚이 너무 커서 채우려면 너무나 먼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행복이란,

결국 상대적인 것일텐데.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평범'이라는 것에 가깝다. 그 평범함들을 조금씩 인지하면서 내 행복통장에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다.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보며 귀여워도 해보고, 배고픔에 허덕거리지만 움직이기 귀찮아서 그냥 굶어도 보고, 엉킨 머리카락 풀면서 멍때려도 보고, 손톱 바싹 깎아서 고통스러워도 해보고, 내가 만들었지만 맛없는 반찬에 실망도 해보고, 길을 지나가다 갓 구운 빵 냄새에 이끌려 빵을 사먹을까 말까 고민도 해보고, 수명이 다한 형광등 교체를 미뤄 보기도 하고, 엄마아빠 생각에 울적해지지만 막상 전화할 용기가 없어서 머뭇거려보기도 하고, 발에 맞지 않는 새 신발 때문에 발 뒷꿈치가 까지기도 하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왜 비오는 날에 전 부쳐먹으라는걸까 궁금해보기도 하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며 냉수 마실걸 후회도 해보고, 늘어나는 주름과 새치머리에 늙었네라며 자조해보기도 하고, 느긋하게 샤워하고 나와서 상쾌함에 만족스러워보기도 하고, 치킨 먹으며 재밌는 예능을 보기도 하고, 남편과 손 잡고 영화보러가기도 하고, 나중에는 내 아이들과 감정싸움에 지쳐보기도 하고,

 

그냥, 그냥 그렇게.. 물흐르듯 보내는 시간들에 점점 익숙해지며 그 것이 행복의 한 부분임을 깨달아가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그냥 그렇게 나는 행복했음을 인정하며 눈 감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