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던, 소위 집순이라고 자칭하던 나는 사실은 확 트인 공간을 사랑했으며, 한 곳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내면의 단단함이 뒤따라야한다는 것을 인생 30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어릴 적 나는 활발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리에 속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엄마가 가끔 혼내실 때 '못된 딸'이라고 한 말들만 기억에 남아서일까, 내가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랐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하면 꼭 한 발 뒤로 물러서거나 표독한 말을 한마디 더 해서 나를 미워할만한 구실을 만들어주는 나쁜 버릇을 지닌 채 자랐다. 엄마에 대한 나의 부정적 비판이 아닌, 사랑을 표현한 백번의 표현 보다 한 마디의 꾸지람이 나의 유년기 시절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며, 점점 자라면서 나는 겉과 속이 다른 내가 미울 지경으로 자라났다.
이 말을 엄마에게 하면 상처를 받으실까, 아니면 나는 너를 제대로 키웠는데 왜 이렇게 꼬였니. 역시 못된 딸. 이라는 말을 하실까.
집에만 있고 싶은 나와 집을 벗어나고 싶은 나는 늘 공생하며 아직도 내 마음 속 깊은 방에 비집고 들어와있다. 가끔 숨이 막힐 듯 울음이 터지려고 하는 감정이 들 때가 있는데 이런 날엔 아무리 편하던 내 방 안이라도 너무나 친하지 않은 사람의 집에 초대된 것 처럼 불편해지곤 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마음이 들 때 주머니에 카드 찔러넣고, 한 손에 휴대전화와 책 한 권 들고 무작정 밖을 나섰을테지만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동네 커피숍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하게 되어 요즘은 더욱 더 가슴 답답한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하면 둘이 함께이기 때문에 나아지겠지- 라며 긍정적이던 나였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이 돌덩이가 아직도 꺼내어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나는 왜 우울한가?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지극히 속세적인 답안으로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으로 치부해버리고 '역시. 그럼 그렇지. 결국 이거였어.' 라며 한숨 훅- 내쉬고는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우울한 마음을 정리하고는 억지로 잠을 청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도 행복하다며 헤헤 웃던 나는 꼭 이렇게 잠들기 전에 여러 생각에 빠져 내 옆에 누운 남편에게 괜시리 미안해져 혼자 훌쩍이다 잠이 들곤 하는데, 사실 수백억의 재산을 보유한 부자가 되는 것 만이 나의 행복이 아니기에 따져보면 나의 우울함은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다. 한 번 태어난 인생, 조금 즐기며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보고싶은데 가끔 찾아오는 무력한 나는 이 낙천적인 마음의 불을 금새 꺼뜨리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내면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나의 삶을 하나씩 되짚으며 나아가보려고 한다. 나의 끄적임이 허공에 던져지는 헛된 바람소리가 아닌 나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울림이 되길 바란다. 나의 행복은 나만의 행복이 아닌 우리 부부의,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길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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